란(蘭)과 초(草) e.
“친구가 가을이라고? 친구가 있다는 것은 기쁨인데 왜 하필 가을이야? 너무 쓸쓸한 표현이잔어?”
“우리네 인생도 가을과 같아... 길게 느껴지는 시간 같지만... 한 순간 밀려 버리는... 친구도... 영원한 친군 없어... 가을처럼... 스러져 가거든.... 지금 우리네처럼...”
당시 나의 말은 인생 경험이 부족한 우리들에게는 난해(難解)한 말이었다.
하지만 나의 마지막 말은 우연히도 정확히 맞았다. 그 당시 친구들은 지금 어디서 잘 살고 있는 지...
지금 누군가 내게 친구에 대해 다시 물어 본다면 난 전과 조금 다르게 이렇게 대답할 거 같다.
“친군... 가을이야.... 글고.... 친군... 초(草)가 아닌 란(蘭)이야.... 향기를 주는 란...”
어릴 땐 내가 란이길 바랬지만 지금은 옆에 있는 친구가 란이다. 난 그것을 20년 이상 지나온 지금 바뀐 것이다.
이젠 나는 발길 뜸한 산골짜기 오솔길에 핀 풀이길 원한다. 나로 인해 친구가 향기를 품어내는 란이길 바란다.
하지만 나는 란과 초는 같은 향초(香草)과 인것은 분명히 알고 있다.
※ 지금 서서히 다가오는 가을은 제게 설렘을 줍니다. 제가 가진 글의 구십 퍼센트가 가을을 소, 주제로 되어 있답니다. 아마도 제가 늦가을 태생이라 그런 지도 모르겠습니다.
전 가을을 아주 사랑합니다. 가을은 글을 쓰게 하는 모티브(Motive)가 아주 강하게 일고 또 실천하게 만듭니다.
좀 더 멋지게 말하면, 저에겐 센티멘털(Sentimental)의 최고점에 있을 수 있는 시간이 되는 거 같습니다.
모 님이 농담 삼아 제게 센티하다고 말씀하신 것은 사람을 아주 잘 본거 같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자화자찬 아님). 사실 제 스스로도 전 센티멘털리스트를 꿈꾸는 소박한 사람이거든요.
어제 내린 비가 가을을 재촉하는 거 같아 이 아침 가을을 기다리는 제 마음이 벌써 흥분됩니다. (백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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