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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잡문

백대현, 여자를 알어?

by 백대현 2015. 7. 18.

 

여자를 알어?

     

이런 가사가 있다. 

‘세상에 그대만이 내겐 전부라오 부는 바람에 나의 한숨이 들리는가요.

아직도 내 마음을 두려워하나요. 그댄 그대의 슬픈 과거 때문에

날 멀리하고 있네요. 당신의 외로움 식어버린 그 마음

애써 감추려 하지는 마오. 이해 할 테니.

외로워 그리워서 눈물 맺힐 때에 잠시 뒤돌아 날 봐요 곁에 있으니

힘겨워 말아요. 이젠 잊어버려요. 어디 세상에 슬픔 간직한 사람 없나요.

외로워 그리워서 눈물 맺힐 때에 잠시 뒤돌아 날 봐요 곁에 있으니...’

어느 날, ○○가 남편 때문에 속상하다고 했다. 나는 그녀에게 위 가사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야, 우리 나이에 속상한 일 없는 사람이 어디 있냐? 다 그렇게 사는 거야. 크고 작은 일들의 반복과 반복으로, 그런 일로 나이 들어가면서 주름이 하나 둘 늘어가는 게고, 그게 인생 아니겄냐!”

“웃겨? 얌마! 너 나 하구 동갑이야! 지가 뭘 안다고, 니가 날 알어? 여자를 아냐구?”

“?”

나는 말문이 막혔다. 그녀의 짜증섞인 '날 알어?' 보다는 '여자를 아냐구?' 에서 말이다.

“왜에? 또 한 마디 해보시지?”

나는 접근을 잘못했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일반 사람들의 보편적인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게 아니었다. 지금 자신의 답답한 이야기를 풀어 보기 위함이었다. 일반론으로 위로하려 했던 내게 일침을 가한 것이다.

나는 순간, 일반론의 모순을 생각했다. 일반론이란 것은, '누구든 자신에게 고뇌와 역경 등 삶의 부정적 요소가 표적으로 오면 소용이 없을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위 노래 가사에는 또 다른 이야깃거리가 보인다. 여인을 사랑하는 남자가 자기의 맘과 그녀의 현실에서 오는 괴리(乖離), 즉 그녀가 자신의 사랑을 알면서도 어떤 두려움에 의해 사랑을 받아주지 않고 거리를 두고 있음에 대해 자신도 아프고 그녀도 아픈, 이루지 못하고 있는, 애절한 사랑을 노래함이 보인다.

한마디로 여인은 남자의 진솔한 사랑을 알면서도 자신의 현실 때문에 받아주지 못하고 있다.

위 가사 속 주인공도, 내게 질문했던 그녀에게도, 사람은 각자 사는 데 있어서 현실로 인해 아플 때가 있을 것이다. 젊은 남녀 간의 사랑만이 아니라 남편과 아내와의 관계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일로 더 아픈 지도 모르겠다.

그녀가 말한 '니가 여자를 알어?' 에서 그녀는 과연 어떤 말을 내게 기대했을까?

나는 틈나는 대로 관련된 카페 게시판을 본다.

보는 이유야 다양하지만, 그녀가 말했던 그 문제를 포함하여 이야깃거리에 대한 정보 또는 해답을 얻기 위함이다.

어떤 질문에도 답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나만의 욕심 때문이다.

특히 동시대 내 삶과 동행하는 인연에게는 서로에게 위로나 또는 해법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게 의논을 하러 온 그녀에게 오히려 핀잔을 받았던 내가 과연 그 상대에게 앞으로도 좋은 상대로 남을 수 있을까? 물론 나는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것은 나만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사고나 경험, 지혜 등을 빌려야만 이룰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다.

특히 '니가 여자를 알어?' 는 내가 여자가 아닌 이상 어떤 말이 필요하겠는가. (그렇다고 아무 여자를 만나 여자에 대해 질문하는 어리석은 자는 아니랍니다.)

지금 나는 그녀의 질문에 혼자만의 결론을 내리고 있다. 그녀가 '여자를 알어'를 묻는 질문 속에는 위에서 내가 인용한 사랑의 노래들이 그 질문의 답을 조금씩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녀가 말한 '여자를 알어?' 란 질문은 내가 여자가 아니기에 여기서 정확한 답은 내릴 수 없지만 이것만은 알 거 같다.

자와 여자는 외형적 모습만이 아니라 생각하는 거, 사물을 바라보는 거, 살아가는 거, 사랑하는 것 등 모든 것이 다르다. 먼저 그것을 인정해야 여자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날 이후 오랜만에 그녀를 다시 만나 당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전과 다르게 봇물처럼 터지는 그녀의 이런저런 사연을 들으면서 참으로 인간은 겉만 봐서는 알 수 없는 존재라는 것만 각인되었다.

물론 그녀가 자신의 이야기를 눈물을 흘리며 말할 때 기뻤다. 다른 이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이 한 단계 높아졌다고 스스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백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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