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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잡문

청국장 같은 사랑

by 백대현 2015. 7. 18.

청국장 같은 사랑

 

 

 

피 잔을 들고 창밖을 응시하고 있는데. 컴퓨터에서 남자 가수의 음성이 흘러 나왔다. 가슴을 울릴 수 있는 음악이라는 생각이 들어 얼른 가서 제목만을 숙지했다.

마무리되어 가는 곡을 벅스로 가서 검색하여 앨범에 저장했다. 유모 가수의 '아침 같은 사랑' 이란다. 또 한 곡이 나의 앨범에 저장되면서 나는 버릇처럼 나도 모르게 일어나는 사색에 젖었다.

 

‘다른 이를 사랑하는 널 오래도록 기다렸었어

내게로 돌아와야 할 너를 아프게 기다렸어

사랑이라 하며 널 봐도 너는 나를 외면하기만

이제는 돌아와서 내 곁을 지켜주겠니

이 사랑을 한번만 보아줘 오로지 너만을 위한 사랑

긴 밤을 모두 새우며 맞는 슬퍼지는 아침 같은 사랑

지쳐버린 등을 보이며 돌아서는 너를 보면서

사랑은 때로 너무 슬퍼져서 많이도 아파했어

이제는 내게 손을 내밀어 눈을 감고 내게 기대어와

언제나 너의 곁에서 나는 함께할 내일을 준비할게

둘이서 함께 하는 그 내일을 난 기다려

이 사랑을 한번만 보아줘 오로지 너만을 위한 사랑

긴 밤을 모두 새우며 맞는 슬퍼지는 아침 같은 사랑

누구도 대신 해 줄 수 없어

널 사랑해....’

 

글은 개연성이 아닌 체험에 의해서만이 그 글에 진실한 향기를 채울 수 있다. 이 글의 작사자는 분명히 ‘아침 같은 사랑’ 을 지금도 하고 있을 것이다. 작사자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으나 참으로 인내심이 있는 멋지고 아름다운 사람이다. 그는 한 사람에 대한 사랑을 너무도 소중하고 또 간절하게 노래하고 있다.

 

아침은 밤이 지나야 오는 순환의 의미에 불과하지만, 위 노래에는 아침이란 단어에 내포된  무언가가 분명히 숨어 있다. 보통 우리네 인생들은 아침이 오기도 전에 다른 사랑을 찾기 위한 걸음을 옮기는데 익숙해져 있건만, 그래선 지 위 노래는 가슴에 남는다.

 

사이버(여기서는 채팅이란 용어가 더 정확할 거 같다.)를 이용하는 소수의 사람들 중에는 감정의 기복이 심한 경우가 있다. 글 몇 개로 상대를 판단하기도 하고 좋아하든 지 싫어하든 지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빠르고 명확하게 구분하기도 한다. 아마도 세상의 모든 것이 속도가 빨라지는 것에 익숙해선 지 자신의 감정에 대한 판단 유무도 쾌속인가 보다.

 

사실, 문자 몇 번 오고가고 나서 ‘나 너 사랑해...’ 를 말하는 경우나 단어 몇 개 글 몇 개로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을 말하다니... 웃어야 할까 울어야 할까. 하지만 나는 그런 절망보다는 희망이 더욱 크다.

아직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이버를 단지 서로 가까워지기 위한 교제수단이라고 말하며, 사랑을 찾아 나선 이들도 직접 보고 나서 자신의 감정을 표하는 이들이 더 많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위와 같은 노래를 들으려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생각이다.

 

다시 한 번 말하자면, 아직도 세상은 누군가가 말했던 인스턴트 사랑보다는 청국장 같은 사랑을 꿈꾸는 이가 많다는 것을 나는 위와 같은 노래를 들을 때마다 확신할 수 있다. (백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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