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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잡문

사추기(思秋期) e.

by 백대현 2015. 7. 23.

사추기(思秋期) e.

 

 

 

 

“호호호, 그러니? 내가 너의 첫사랑이었어? 그럼 영광이네 네 같은 귀엽고 낭만적인 얘가 날 좋아했었다니... 호호호, 오랜만에 웃어 보니 너무너무 기분 좋다. 다시 초등학교로 간 기분이야...”

 

“남편 뒷바라지 하고 애들 키우다 보니 내 젊음이 다 가버렸어... 사실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긴데... 그 사람이 다 그 사람이고... 미안해 xx씨... 그땐 어쩔 수 없었거든... 사실 xx씨 하구 그렇게 된 후 많이 보고 싶었어...”

 

내게 첫사랑이었던 상대나 젊은 시절 사랑을 나누었던 여인이나 머리가 하얗게 서서히 변해가는 요즘 만나게 된다면 위와 같은 얘기를 하지 않을까?

물론 매출이 떨어져 고민하는 친구나, 애 학원비나 카드대금으로 고민하는 친구나, 언제 직장을 잃게 될 지 알 수 없는 친구도...

 

사춘기는 봄과 여름 같은 시기라면 사추기는 가을과 겨울과 같은 시기이다.

사춘기는 희망과 기대의 시기라면 사추기는 좌절과 번뇌(煩惱)의 시기이다.

사춘기는 미래를 바라보는 시기라면 사추기는 과거를 돌이켜 보는 아쉬움의 시기이다.

 

3에서 똑같은 신문기사를 보면서 젊은이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나도!! 라는 생각을 먼저 하건만

우리 또래의 남성은 담배에 먼저 불을 붙인다.

어쩌면 달나라에서 벌어지는 듯한 착각 속에서, 부정하고 싶은 맘이 앞서서, 초라하고 비참해진 내 인생이 싫어서, 앙상한 어깨가 더욱 움츠러지는 내가 싫어서

읽다가 신문을 접고 ‘로또나 한 장 사야겠다. 를 생각하는...

 

남편 출근하고 애들 학교 보내고... 청소를 마친 집에 나밖에 없어... 세수를 하고 화장을 하고 집에 있으면 누가 날 봐주나? 커피나 한잔 타고 음악도 틀어 놓고... 하지만 뭐야... 이렇게 가슴이 허한 것은... 조금 전 거울에 보인 내 얼굴은 내 얼굴이야 아니야. 우리 엄마나 할머니와 뭐가 달라...

 

사추기는 내 맘이 쓸쓸한 가을과 춥고 황량한 겨울로 넘어가는 횡단보도에 선 것 같다.

사추기는 여태껏 열심히 살아온 내 인생을 두고 좌절이 먼저 앞서고 앞으로 남은 내 인생을 두고 어찌해야 하나 번뇌하는 시간이 오히려 길다.

 

사추기를 쓰는 나의 결론이다.

사추기는 음 대로 해석을 하는 것 보단 단어 속에 담겨 진 그 깊이 즉 뜻을 생각해야 한다. (백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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