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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잡문

사추기(思秋期) 1.

by 백대현 2015. 7. 23.

사추기(思秋期) 1.

 

  

 

칠 전, 밤을 꼬박 지새웠다. 그 다음날은 그 후유증으로 저녁 9시가 되기도 전에 몰려오는 잠을 이기지 못하고 다음 날 주일 예배시작 30분전까지 눈을 뜨지 못했다.

반면에 주일 밤은 늦게까지 잠이 오지 않아서 몇 번을 뒤척이다가 나도 모르게 살짝 잠이 들었었는데 새벽녘에 목이 칼칼해서 눈을 뜨게 되었다.

냉장고 문을 열어 물병을 꺼내다가 뒤 베란다 창에 묻어 있는 무언가를 발견하고...

 

‘아니, 설마 준비도 안됐는데 눈이 내린 건 아니겠지??’

 

사실 첫눈이 내리면 누군가에게 데이트를 신청하려고 마음먹고 있었던 나는 그 아쉬움으로 잠이 달아나고 있었다.

 

‘씨이이... 금년 첫눈은 별 의미 없이 지나가게 되었네....’

 

썬팅이 되어 있는 베란다 창을 통해 바깥을 바라보면서 지금의 나처럼 덜 깬 세상의 모습을 우두커니 지켜보았다.

 

겨울, 특히 눈이 내리는 겨울은 아름답지만 단순해진다. 그래서 가을 다음으로 이어지는 겨울을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눈이 내리면 나의 맘은 세상의 풍파를 아직 겪지 않은 어린아이 가슴처럼 깨끗해지고 가벼워지는 느낌이지만 오히려 그런 내가 싫다.

보통 사람들은 흰눈이 내리면 일부러 쌓인 들판에서 사랑을 속삭이고 우정을 돈독하게 할 수 있는 꺼리를 만든다고 하던데...

 

그래서 가벼워지는 겨울이 싫어 ‘사추기(思秋期)’ 라는 무거운 소재를 가지고 접근해보기로 했다. 좀 더 고뇌하며 써야 어울리는 소재인데 잠이 달아난 김에 써보아야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사춘기(思春期)는, 이성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젊은 시절을 말한다. 육체의 생식 기능이 거의 완성되는 시기이기에 남자나 여자나 몸과 맘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나는 기간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렇다면 사추기는 뭐야? 설마 가을 추자를 넣은 이유가 낙엽이 떨어져서 작은 바람에게도 밀려 나 뒹글고 있는 나약함과 허무함을 묘사하기 위함이 아니야? 에잉? 설마??....

안되겠다 싶어 내게 처음으로 사추기란 단어를 알게 해준 손 때 묻은 책을 꺼냈다.

 

...2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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