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작모음

또 올께

by 백대현 2015. 7. 23.

또 올께

 

 

   젠 노오란 잎도 다 떨어져

   가슴이 차가울 은행나무 옆에서

   식어가는 커피 한 잔을 들고

   그와 얘기를 나눈다.

 

   나무야,

   이제는 널 봐주는 사람이 없겠구나?

   으응, 그래선 지 슬퍼져... 그나마 이 맘 때면 네가 꼭 와주어 다행이야...

   그러니? 그건 너와 내가 같은 처지라서 일 거야. 하지만...

   왜? 말을 하다 마니? 무슨 일 있어?

   아니 그냥... 이 계절만 되면 왠지 작아지는 느낌 그런 거...

 

   항상 그랬다.

   누구에게라도 내 가슴을 열어 보이고 싶어도

   주저할 수밖에 없는

   나의 우유(優柔), 나의 현실.

   나의 초라함을 듣고도 침묵을 보장받을 수 있는

   그에게조차 말을 다하지 못하는

   나의 입, 나의 위치.

 

   칼 같은 바람은 불어

   어느새 커피는 차가운 얼음으로 바뀌었고

   눕혀진 코트 깃을 세워야 하는 나

   나는 인사도 없이 또 그를 등진다.

   다음 해 또 올께.

 

   백대현.

'자작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당신은 누구를 가장 먼저 떠 올리시나요  (0) 2015.07.28
그는 누구이기에  (0) 2015.07.28
작은 腫氣의 苦痛  (0) 2015.07.23
  (0) 2015.07.23
제가 어떻게 느끼든 당신은 계십니다   (0) 2015.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