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올께
이젠 노오란 잎도 다 떨어져
가슴이 차가울 은행나무 옆에서
식어가는 커피 한 잔을 들고
그와 얘기를 나눈다.
나무야,
이제는 널 봐주는 사람이 없겠구나?
으응, 그래선 지 슬퍼져... 그나마 이 맘 때면 네가 꼭 와주어 다행이야...
그러니? 그건 너와 내가 같은 처지라서 일 거야. 하지만...
왜? 말을 하다 마니? 무슨 일 있어?
아니 그냥... 이 계절만 되면 왠지 작아지는 느낌 그런 거...
항상 그랬다.
누구에게라도 내 가슴을 열어 보이고 싶어도
주저할 수밖에 없는
나의 우유(優柔), 나의 현실.
나의 초라함을 듣고도 침묵을 보장받을 수 있는
그에게조차 말을 다하지 못하는
나의 입, 나의 위치.
칼 같은 바람은 불어
어느새 커피는 차가운 얼음으로 바뀌었고
눕혀진 코트 깃을 세워야 하는 나
나는 인사도 없이 또 그를 등진다.
다음 해 또 올께.
백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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