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제대로 전해주었으면
아들과 나는 한쪽에 앉아 기도를 하고
그 외 식구들은 술잔을 들어 올렸다가 내렸다가
그런 행위를 반복한다.
오늘은 항상 바쁘게(?) 사는 나로 인해
만나지 못했던 모든 형제가
어머니 기일(忌日)이라는 이유로 다 만났다.
일 년에 한두 번 만나는 가족이었지만
돌아오는 도로의 가로등이 어둡다.
형님은 몸이 좋이 않아 병원을 자주 찾는단다.
아래 여동생은 남편의 문제로 한동안 힘들어 했고
막내 여동생은 얼마 전 신랑과 헤어지고
하나밖에 없는 아들과 살고 있다.
남동생은 어느 덧 나이가 삼십대 후반인데
아직도 사업이 바쁘다는 핑계로
후세를 뒤로 미루고 있단다.
마음을 돌려 내 차의 전조등을 바라봤다.
형님이, 군에 간 아들이 상관들에게 칭찬 받으며
생활을 잘하고 있고 대학에 간 딸이
다행이 객지에서 야무지게 보내고 있단다.
여동생의 딸은 명문 E여대를 갈 실력이었는데
눈을 낮춰 S여대로 돌려 염려했었는데
얼마나 캠퍼스 생활을 잘하는지 기특하단다.
막내는 이번에 자신의 노력으로 일등을 해서
보너스까지 받았다고 자랑하고 아들이
엄마를 생각하는 마음이 대견스럽단다.
철없다고 생각했던 남동생은 이젠 했다하면
사장이고 이사고 얼마 전에 강남에 큰 평수의
집까지 샀단다.
모두가 생각하기에 따라 어렵고 힘들다 할 수 있지만
또 한 편으론 다 제 살 길을 찾아 사는
내 형이고 내 동생들이다.
오늘은 시간에 쫓겨 그들에게 복음을 한마디도
전하지 못했지만
그들은 내가 입술만 열면 하나님 말씀이고
교회이야기만 하는 사람이란 것을 잘 안다.
아직은 나의 말에 ‘알았어. 갈께’ 만 반복하는 나의 가족들...
‘외삼촌하고 승엽이는 왜 절 안해?’ 라고 물었던
조카에게 그저 미소로만 답해주었던 나.
깨달아 가는 하나님을 향한 마음과 그 진리를
그들의 근처에 사는 사람들이 대신 제대로 전해주었으면....
글 : 백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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