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표작품

사람은 그런 것 /백대현

by 백대현 2015. 7. 29.

 

사람은 그런 것



수년 부터 질병으로 고생하셨다.
최고의 병원을 제집처럼 다녀도
병은 완벽하게 치유되지 않았다.

담당의사가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했다.
병실 앞에서 초조하게 기다렸다.
하루 만에 아무런 말씀도 없이
눈을 감으셨다.

자식들에게 한 마디 유언도 남기지 않았다.
아니, 하고 싶었지만 못했을 것이다.
눈을 감으신 분의 손을 잡고 기도했다.
육신의 질병이 없는 곳에서
고통이란 단어는 잊어버리고
함박웃음과 친구하라고...

올 때는 불과 몇 키로의 알몸으로 오셨다.
갈 때는 한 줌의 흙으로 가셨다.
어느 누구나 오고 가는 것은,
내가 선택할 수 없다.

사람은 그런 것이다.
한 평생 무엇을 위해 살다갔느냐가 중요할 뿐
남겨진 대궐 같은 집, 최고급 자동차,
은행에 쌓아 둔 높은 숫자,
그리고 명예, 권력 등은
내가 가는 순간 임자가 바뀌는 것이다.

나도 너도 우리 모두
더 갖기 위해 남의 눈물까지 훔치지 말고
내가 가진 것은

현재의 인연과 나누며 살았으면 좋겠다.

모든 순서가 끝났다.
그러나 여전히 한 평생 인연들과 떨어지는 게
슬프신가 보다.
가시는 길 한 걸음마다 눈물이 비가 되어 내린다.
더 이상 붙잡아 둘 수 없어서
눈을 감아 버렸다.
우산이라도 드리고 싶어서
얼른 눈을 떴다.
비가 어느 새 사라졌다.
해가 구름 뒤에서 얼굴을 슬그머니 내민다.


백대현.

'대표작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싼 포장지로 바꾸려 하지 말자 /백대현  (0) 2015.07.30
우리 인간은 다 똑같습니다 /백대현   (0) 2015.07.30
To. 친구야 /백대현   (0) 2015.07.23
40과 50사이 /백대현  (0) 2015.07.22
그 깊은 뜻 /백대현  (0) 2015.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