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모래 이야기 (1)
저는 잘게 부스러진 돌의 부스러기입니다. 남들은 저를 모래라고 부릅니다.
저는 큰 돌 즉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랑으로 태어나서 그들의 보살핌으로 이 세상에 나왔습니다.
저는 좋은 부모에서 태어났기에 이 세상에서 제가 가장 멋지고 가장 잘났고 가장 귀하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그런 저에게 교만의 극치라는 말을 하지만 저는 그 말엔 절대 동의하지 않습니다.
왜냐고요? 그걸 제가 구태여 말을 해야 압니까? 이 세상에서 내 자신보다 더 귀한 것이 있다고 말을 하는 것, 저는 절대 솔직하지 않은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거듭 말하지만 이 세상에서 저보다 더 귀한 모래는 없습니다.
저는, 좋은 부모에게서 떨어져 나와 더 큰 세계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세상엔 저 같은 모래가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았습니다.
놀라움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지만 제 자신이 가장 중요하다는 그 일념만큼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를 포함 몇몇 모래가 모여 어떻게 하면 모래들이 지금의 모래밭에서 더러운 흙들을 걸러내고 또 무찔러서 온전한 모래 세상으로 만들까를 놓고 토론을 벌였습니다.
가 모래 : 나는 이 모래사장에서 가장 잘 생긴 존재다. 고로 내가 중심이 되어 이 밭을 움직여야 한다.
나 모래 : 나는 이 모래밭에서 가장 많이 배운 모래다. 고로 아는 지식이 풍부한 내가 앞장서야 한다.
다 모래 : 나는 이 모래벌판에서 가장 돈이 많은 모래다. 돈은 역시 힘이다. 고로 내가 중심에 있어야 한다.
기타 등등...
한참 후 제가 말할 차례가 되었지만 저는 머뭇거리고 말았습니다.
이 세상에서 제 자신이 가장 잘났다고 생각했었지만 그들 앞에선 내 세울 게 없었기 때문입니다.
한숨을 쉬다가 저는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나는 너희들처럼 잘 생기지도 배움도 돈도 없어... 그럼 어찌 해야 하는 거니?"
갑자기 대화를 하던 방이 조용해졌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우리는 어떤 삽에 의해 퍼져서 시멘트와 혼합되기 시작했습니다.
서로 자기 이야기만을 고집하다가, 흙을 걸러내기도 전에 말입니다.
인간의 눈에 보여 지는 하찮은 모래들조차 자신들만의 내세움은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내세움이 얼마나 무의미한 지 근방 알 수 있었습니다.
인간 세계도 모래 세상과 하등 다를 게 없습니다. 가끔 인간들 중에는 가, 나, 다 모래처럼 자신을 표하기 위해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이도 있으나, 자신이 최고라고 자부했던 이 글의 주인공 모래가 그들 앞에서 할 말을 잃은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렇습니다.
내 자신에게만큼은 내가 최고라고 인정할 필요는 당연히 있습니다.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내 자신에 대한 존귀함 말입니다.
허나 넓은 세상에 나오면 그런 내가 얼마나 가냘픈 존재인 지 근방 드러납니다.
그리고 잘 났든 못 났든지 간에 삽에 의해 퍼진 모래처럼 우리의 생도 언제 다할지 모릅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 가슴에 손바닥을 대보세요.
심장이 뛰고 있죠?
우리 심장이 멈추는 그 순간까지, 나의 친구를 나보다 잘난 친구라고 인정해 보시지 않을래요? (백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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