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幻想) (2)
A나 B 등이 올리는 글과 그림을 보노라면 정말 아름답다. 세상은 온통 아름다움의 극치(極致)다. 나의 감정을 흔드는 깊고 넓은 글이나 눈을 풍요롭게 하는 그림 등은 어떠한 말로도 형용(形容)할 수가 없다. 어쩌면 그들이 올리는 글과 그림은 우리들의 꿈이고 기대의 표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단풍으로 붉게 물든 대관령을 바라보자.
학창시절, 수학 여행길에 대관령을 넘으면서 터졌던 첫 감탄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땐 그저 멋지다란 생각 하나로 온 몸과 정신을 집중했던 것 같다.
직장생활 시절, 강릉 출장길에 본 대관령은 전보다 별로 변한 게 없어 보였지만 임무를 가지고 가는 나의 가슴에는 뚜렷하게 각인 되지 않았다. 나의 동자에 그려진 경치를 보며 예쁘네 하는 외마디로 넘어간 것 같다.
지금도 그 경관이 잊혀지지가 않아서 가보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이것저것 걸리는 게 많아 내년으로 미루던 것이 벌써 몇 해를 그냥 보내었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다.
그나마 미루던 마음도, 한 끼의 먹이를 찾기 위해 열심히 살려고 바둥거렸으나 남들처럼 이루어 놓은 것도 없이 어느덧 내 인생이 전환점을 막 돌고 있는 지금은 그나마 그 조차도 흐릿해져 버렸다.
얼굴에 주름이 늘어나는 초라한 존재로 변모(變貌)된 나의 육신을, 시간의 흐름과 반비례해서 고목(枯木)이 되어 가는 나의 감정을, 나는 과연 어떤 수단을 이용해 웃고 고목에 생화를 피울 수 있을까?
나는 근교에 있는 바다를 자주 찾는다. 특히, 늦은 밤 홀로 가서 보는 바다는 초라한 나를 감추어 주어 무척 고맙게 생각한다. 가끔은 갯벌 위에서나 해변에서 전능하신 분의 이름으로 갈구함에 대한 요구의 기도도 해보았지만 온통 죄악의 물감으로 칠해진 내가 더 이상 무엇을 얻을 수 있겠는가.
오히려, 몇 년 전 고목에 꽃을 피우기 위한 수단으로 선택한 ○○을 통해 - 선택하기 전에는 ○○에 대해 부정적이고 왜곡(歪曲)된 가치관을 가졌었다. - 나는 뭇 사람들과의 대화로 나를 좀 더 진지한 인간으로 변화시키면서 꽃을 보기 시작했고 그 계기는 환상을 떨친 뒤부터 일어났다고 자신 있게 말 할 수 있다.
몇 사람들과 사이버상이 아닌 현실에서 이런 대화를 나누었던 기억이 있다.
“호호호, 당신은 거짓말쟁이이군요. 말로는 멋진 신사를 자칭하지만 속은 그렇지가 않잔아요. 어차피 한 번 아니 두 번이 되려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솔직해 지죠..한잔 하고 거기 가요. 그것 땜에 나온 거 잔아요. 호호호...”
“아 하하하!! 어이 자네 포장하지 말게...작업해서 XX하려는 거 아닌가? 그건 나나 자네나 같다고 생각하는 데? 아니 대부분 우리와 비슷할 껄?”
남자는 미모의 여자를 여자는 능력 있는 남자를 서로 가지고 싶어 하는 건, 상식적인 자연의 이치(理致)라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인간에겐 동물이 가지고 있지 못한 이성(理性)이란 것이 있어서 그런 본능을 제어할 수 있는 장치 역할을 한다.
보통 현실에서는 제어 장치가 제대로 수행을 하여 그런 본능의 유출(流出)을 방어하지만 사이버라는 공간에서는 아주 우스꽝스럽게도 곳곳에서 그 본능이 흘러나오기도 한다.
위의 두 사람은 어쩌면 환상과 현실을 구별하지 못하는 바보로 보인다. 물론 나도 자연적 현상 중 하나인 미모의 여인을 보면 몸이 불타오르는 평범한 남자에 불과하지만 위의 두 사람처럼 솔직함을 빙자한 환상을 현실까지 가져 오지 않으려 노력 한다.
A나 B 등처럼 오늘도 예쁜 글을 정성스럽게 가꾸어 친구들을 위해 올리는 그런 친구들도.
위에서 똑같은 대관령을 두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대관령이 달라 보이는 것도.
(노화되어 가는 내 감정에 대한 푸념을 말하기 위함 보단 어릴 적 감정을 유지하지 못한 나에 대한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말하고 있다.)
또 위의 두 사람처럼, 주체할 수 없는 본능을 모두가 원한다는 자기만의 솔직함으로 빙자하는 것도
나름대로의 자신이 꿈꾸던 환상에 대한 표현이고 갖기 위한 방법이라고 말하고 싶다.
지금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뭔가 아쉬워하고 느끼움이 있고 그 이름 모를 무언가를 찾으려 하는 것은, 어쩌면 현실 속에는 없는 것이기에 상상 속에서만 느끼고 찾을 수가 있으리라. 그것이 환상의 정의라고 말하고 싶다. 환상은 환상에서만 맴돌아야지 현실까지 내려와 대등해 지려 한다면 오히려 불행과 가까워 질 수 있다고 본다.
......그게 나의 생각인데 그것을 이해하고 지키기가 무척 힘들다. 왤까? (백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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