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에 매달려 있을 때
화려했던 벚꽃이 봄비와 바람의 시새움에
이름 모를 잡초들과 공원길에
널브러져 있다.
가지에 매달려 있을 때는
그토록 우리의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해주었건만
떨어진 지금의 모습은
하찮은 휴지조각과 별로 다를 게 없다.
가만히 눈을 감으니
교회 공동체의 구성원도
저 벚꽃과 하등 다를 게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함께 할 때는
우린 가지에 매달린 하나의 꽃이지만
떨어져 나오면
지나가는 똥강아지에게도 밟히는 신세가
되는 것이다.
이 길에 떨어진 꽃 하나하나는
비와 바람의 기세에 떨어진 것만은 아닐 것이다.
자기의 생각과 형편과
그리고 다른 꽃들보다 자기가 잘났다는 교만으로
벗어난 것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봄의 향기가 가득한 날,
나무아래서 잠시만 눈을 감으면
쉽게 알게 되는 것을
우린 너무나 바삐 사는 거 같다.
무엇을 위해 그리도 열심히 사는 건지...
글 : hyun.
'단상잡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초등 수준 유급(留級) 중 (0) | 2015.08.03 |
---|---|
청년에게 해준 말 (0) | 2015.08.03 |
몰랐으면 좋았을 걸 (0) | 2015.08.03 |
오늘도 진행 중 (0) | 2015.08.03 |
풀어 주라는 의미 (0) | 2015.08.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