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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잡문

크고 강하게 강조한다

by 백대현 2015. 8. 3.

 

크고 강하게 강조한다



나 밖에 없는 아들은
유난히 운동을 좋아한다.

어릴 적부터 달리기를 잘해서
학교 대표로 여러 번 출전했고
축구는 스카우트 제의가 나올 정도로
재능이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야구나 농구도
객관적인 눈으로 보기에도 전문 선수를 제외하곤
또래 아이들보다 앞선다고 보여 진다.

아들은 또래 친구들보다
신체적인 조건은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그래서 나는 그런 아들에게
운동보다는 정적인 방향으로 권유(?)했다.
물론 지금은 모든 운동을 취미로만 할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오늘은 아들이
친구들과 함께 야구 구경을 간다고 한다.
평일은 늦은 귀가 때문에
주일은 교회에서 사는 덕분에
다 큰 아들이 좋아하는 것을
함께 해 줄 수 없는 미안함이 있어서
마음으로는 모든 것을 해주고 싶어서
겨우 지폐 두어 장을 주면서
흔쾌히 갔다 오라고 했다.

지금의 아들과 같은 나이 때 나는,
내 아들처럼 살지 못했다.
학비도 용돈도 벌어가며
학교를 다녀야 했기에
나는 그런 재미를 느껴보지 못했고
나를 응원해 줄 수 있는 아버지가 있는
친구들을 보면 부러워서
홀로 멍하니 하늘만 쳐다보곤 했다.

그랬던 나에 비해
몸과 마음이 씩씩하고 밝은 아들을 보면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나는 그런 나의 기분을
다 큰 아들의 뺨과 입술을 통해 전달한다.
아들도 그 마음을 아는 지
아직까지는 나의 행위를 거부하지 않는다.

이런 얘기를 하면
세상 사람들은 웃겠지만
나는 아들에게 여타 부모처럼 공부해라, 저거해라를
크게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주일 예배드리는 것과
예수님의 이름과 전도만은 크고 강하게 강조한다.
바로 주님의 말씀을 배우는 것과 전도를 통해
인간이 어디에서 왔으며 어떻게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고
또 어디로 가는지를 알게 되기 때문이다.

오늘 경기도
내 아들이 좋아하는 팀이 이겨서
투수부터 모든 야수의 일거수일투족을
내게 브리핑 해 줄 그 시간이 기다려진다.

글 : hy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