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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작품

아직 먼 것 같다 /백대현

by 백대현 2015. 8. 3.

아직 먼 것 같다



나는 엄마 뱃속부터 ‘금(金)’이었다.
물론 현재까지도 금이다.

그래선지 주위의 모든 것은

내 중심으로 돌았다.
식탁에 앉을 때도
잠자기 위해 이브자리를 펼 때도
외출하기 위해 옷을 입을 때나 일을 할 때도
항상 금에 걸맞은
최고의 대접을 받으며 살고 있다.

어느 날 흙(土)을 만났다.
나를 대하는 그의 언행이 못마땅해서
한마디 했다.
금으로써 당연히 해야 할 말을 했던 것이다.

헌데 그 한마디는 용광로(鎔鑛爐)가 되어
세상의 눈과 손가락이 나를 온통 죄인 취급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창조주는 인간을
금, 은, 동, 토 등 다양하게 만드셨다.
창조주가 인간의 성분(性分)을 달리 하신 것은
다 이유가 있으셨다.
즉 서열(序列)을 두기 위함이라기 보다는
역할(役割)의 의미를 부여하여

하나를 이루게 하심이다.

하지만 인간의 마음속에 이미 들어와 앉아 있는
그들의 농간(弄奸)에 의해
인간은 역할의 의미를 망각하고
나음과 못함으로 서로 질시하게 된 것이다.

사실 금이나 은, 동이나 흙 등으로 태어난 순간과 모습은
인간의 힘으로는 바꿀 수 없다.
그러나 영적인 삶의 내일은 바꿀 수 있다. 

단 영적인 삶은 창조주의 주권에 해당되므로 

인간의 능력으로는 바꿀 수 없고

오직 창조주만이 바꿀 수 있는 것이다.

다만 내가 무엇으로 지음 받았든
우물 안에서 개구리처럼 살다가
더 넓은 세상에 나오게 되면
위의 금이 흙을 대하는 모습을 보게 되듯

각자의 식견(識見)에 따라 나오는

말 한마디 행동 하나로 인해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 질 수 있다.

출발부터 엄청난 기득(旣得)을 가진 자들이
자기가 잘나서 스스로 금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
창조주가 나를 크게 쓰기 위한

목적이 있다는 것을 알고

조금만 겸손한 가짐을 가진다거나
성분이 무엇이든
내가 정한 것이 아니고

선택 받았던 것을 알았더라면
세상이 참으로 아름다워질 텐데

 
요즘 매체를 통해,

세상 돌아가는 일부 금의 행태(行態)를 볼 때마다
흙으로 태어나 답답해하는 보통인의 마음은
봄이 되려면 아직 먼 것 같다.


백대현. / 이미지, 음악 퍼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