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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잡문

경계해야 할 사랑

by 백대현 2015. 7. 17.

경계해야 할 사랑

 

 

 

루두스 사랑(Ludus Love)이다. 아니 루두스적 사랑이 더 정확한 표현일 거 같다.

 

사랑을 연구했던 어느 학자는 루두스 사랑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장난스러운 우연한 사랑을 말한다. 서로 크게 상대에게 관심을 보이지는 않으나 서로 만나는 게 재미있고 즐거우니까 좋아하는 막연한 관계다.

상대가 다른 사람을 많이 만나는 것도 알고 있지만 서로의 의존을 피하기 위해 서로 용납하며 그 관계를 유지한다.

특별한 온정의 상호 교류 없으나 심심하지 않아서 좋다....”

 

다음은 내가 생각하는, 루두스적 사랑이 담겨져 있는 한 가지 예이다.

 

남 : 하이!!

여 : 저 아세요? 누구시죠??

남 : 하하... 길 나선 외로운 신사입니다. 그대의 대명을 보고 특별한 필이 꽂혀서 가던 길을 멈추고...

여 : 호호..그러세요. 어디 사시는 분이예요?

남 : 저요? 아 서울에 살고 있답니다. 아름다운 그댄?

여 : 호호. 보지도 않고 아름답다니요? 말씀은 고맙네요. 호호호... 하지만 전 폭탄이라고 남들이 그러더군요..... 전 ○○에 살아요...

남 : 아니? 어느 누가 숙녀에게 그런 심한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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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 호호호.... 정말 재밌는 분이네요..

남 : 우리 이것도 인연인데 말 내립시다!!

여 : 그러세요. 저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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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 이 늦은 시간에 어쩐 일이니?

여 : 어..남편이 출장이고 애들은 다 자고..잠이 오지 않아서

남 : 그래? 핸번 줘봐!!

여 : 핸폰? 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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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종류는 여러 가지이고 그 시작이나 진행 방법 또한 적당한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루두스 사랑을 표현하기 위한 위의 대화는 어쩌면 나만의 착각일 수도 있다.

아무튼 루두스 사랑도 사랑이고 위의 두 남녀도 우연한 기회라지만 앞으로는 광적(마니아)인 사랑으로 발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다만 다음의 대화를 경계함을 말하고 싶다.

 

남 : xx니?

여 : ..네에..누구?..아아!! 호호호....어머 웬일이야...?

남 : 별일 없지? 남편은 출장 가셨다면서 언제 오시니?

여 : 응 .낼. 근데 왜?

남 : 그냥 오늘 따라 xx가 보고 싶어서...

여 : 나도 그래..궁금하기도 하구..

남 : 그러니? 마침 너희 집 방향에 볼일이 있는 데 좀 볼래?

여 : 지금?....글쎄...아직은....

 

미적지근한 여에게 남은 명쾌한 말을 던진다.

 

남 : xx, 너 나한테 관심 없구나? 난 xx를 사랑하는데...정말이야...

 

여의 맘은 그때부터 두근거린다. 날 사랑한다니? 옆에 있는 거울로 얼굴을 돌린다.

늘어난 주름에 여기저기 기미가 널려 있고 덥수룩한 머리는 내가 언제 미용실을 갔었던가 기억도 없다.

애를 둘이나 생산했으니 미끈했던 허리는 자취를 감춘 지 오래되었고 엉덩이와 허벅지는 온통 물컹물컹한 살로 덮여있는 나를... 사랑한다고?

 

여 : 에이!! 농담은...

남 : 너 내 맘 몰라? 정말 이런 기분 처음이야!! 어휴!!! 이 불붙은 가슴을 열어 볼 수도 없구!!! 정말이야 믿어 줘!!

 

여는 그의 말에 대한 진의와 상관없이 기분이 좋아진다.

수년 만에 받아보는 사랑......

그래!! 그 사람의 맘이 진실이든 거짓이든 상관없다. 자신감이 생긴다.

 

여 : 알았어! 나도 알아. 어디서 만날까.

 

남자의 기분은 이랬다.

 

‘쿠~~울 하게, 뜨으~겁게..음음 앗샤! 앗샤!!..쿨하게 뚜겁게...응응응 쿠울하게~~~’

 

여자의 맘은 아마 이랬을걸?

 

‘...이 세상에 모두...우리 거라면~~이 세상 전부 사랑이라면~~날아가고파.....아~아 잊지 못할 응응 조올~어업~바안~~’

 

가는 남이나 기다리는 여나 저 하늘에 반짝이는 별이 어찌 이리 아름다우랴?

저 멀리 보이는 네온사인까지 오늘따라 지금의 나를 축하해 주네?

가슴은 두근거리고 이 얼마 만에 느껴 보는 기대와 흥분이던가?

 

하지만 이들의 꿈과 아름다움은 5분 만에, 깨져 버린 유리의 신세가 된다.

 

‘올려리? 저 모습이 뭐양? 윽~~증말 퍽이네?? 에구 비싼 기름 값이여 나의 시간이여!! 오우~~하나님!’

 

‘에흥...어머나 웬일이닝? 숏다리네에? 젠 남클때 뭐했댕? 에구 나두 주책이야..이를 어째..애들 밥도 안주고 나왔는뎅!!’

 

밥이여, 그릇에서 빨리 사라져라!! 마시는 커피여, 실수로 쏟아지지 않을래?

와 이리 시간은 멈추어 서서 어색한 나를 잡아 두노.

불쌍한 나의 눈동자는 허공만을 바라보누나.

 

 

사랑의 감정은 기묘(奇妙)해서 그 뜨거움과 차가워짐이 찰나적으로 변할 수 있다.

아무튼 위 남녀는 처음부터 진정한 사랑의 감정이라기보다는 시대적 흐름에 편승된 왜곡된 사랑을 가지고 접근을 했다.

 

그것은 서로의 대화법을 보면 근방 알 수가 있다.

특히 남은 극명(克明)한 거짓을 두 번이나 했으며 여 또한 말로 표현만 안 했을 뿐이지 속을 숨기고 있다.

 

예를 하나 들자면, 사랑이란 단어는 흔하지만 쉽게 내뱉기 어려운 고귀한 단어다. 그런 귀한 단어를 남은 한 번도 눈을 보지 않았던 여에게...

 

그렇다!!

루두스 사랑은 어쩌면 사랑 중에 가장 부정적인 무언가를 내포하고 있지만 어쨌든 사랑에는 포함된다.

고로 사랑은 사랑인 것이다. 다만 그 속성을 이해해서 긍정적으로 발전시키면 될 것이다.

사이버상의 사랑은 루두스적 사랑의 요소를 많이 갖고 있다.

 

나는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혹여 루두스적 사랑을 하고 있다면 진정한 사랑으로 승화시키기를 진심으로 기대하는 바이다. (백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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