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표와 목적을 역행(逆行)하게 했던 것
“그 자리에서 왜 내려 왔습니까?”
“그 자리가 날 여러 가지로
곤란하게 했어요.”
“보통 사람들은 높은 자리에 올라가기 위해
자신의 얼굴을 알리려고 노력하는데
스스로 내려오다니 의외네요?”
“아닙니다. 저는 처음부터
나 자신의 성찰(省察)을 위해 갔기 때문에
그래서 결정했던 겁니다.
자리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게 하더라고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게 한다는 말이
무슨 뜻인가요?”
“별 거 없습니다.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과
내가 맡은 자리가 서로 맞지 않았다는 것이지요.”
“알기 쉽게 얘기해 주시지요?”
“어떤 사람이 마당에서 무언가를 찾고 있었어요.
지나가던 사람들이 그 사람의 모습을 보고
도와주기 위해 물었죠.
무엇을 찾고 있냐고.
그는 반지를 잃어버렸다고 답했고
그 중 스스로 지혜롭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마당에서 잃어버린 게 확실하냐고 묻자
방 안에서 잃어버렸다고 답했어요.
그 사람은 그럼 방에서 찾아야지
왜 마당에서 쓸데없는 짓을 하냐고
어이가 없어 웃었지요.
그가 웃는 사람에게 뭐라고 말했을 까요?”
“??”
“우리 인간은 다 똑 같아요.
진리는 방 안 즉 내 안에 있는 건데
모든 진리를 바깥에서 찾으려 하지요.
제가 맡았던 자리는
제가 찾으려 했던 그 답을
오히려 더 멀게 하고
제 목표와 목적을 역행(逆行)하게 했던 것이지요.”
백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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