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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작품

다만 염려되는 것 /백대현

by 백대현 2015. 7. 20.

다만 염려되는 것  

 

 

 


평소보다 운동장을 두 배 뛰어선지
몸이 천근만근이다.
누운 채로 리모컨을 눌렀는데
임진왜란 때 신각(申恪)이라는 장수가
무고죄(誣告罪)로 죽임을 당하는
장면이 나왔다.

식사 중 TV에서
재상(宰相)이 추궁을 당하는 화면이 나왔다.
내용을 듣고 예상해보니
뇌물수수 여부를 놓고 확인 중인 것 같았다.

두 상황을 다시 정리해 보면
전자는, 무고로
충신이 죽임을 당하는 것이었고
후자는, 재상이 명백(明白)한 내용을
덮으려는 모습이었다.

막수유(莫須有)란 말이 떠올랐다.
없을 막, 모름지기 수, 있을 유자를 써서
‘혹여 있을지도 모른다. 또는 반드시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있을지도 모르겠다.’란 뜻으로

중국 고전에 나오는 말이다.
국가에 대한 충성이 높았던 장수를
간신배의 농간에 휘둘렀던 황제가
죽인데서 나온 말이다.

확실하지도 않은 죄로 충신을 죽이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후자처럼
앞 뒤 정황상 뻔한 사실을
힘과 권력이 있다 하여
온 국민이 바라보는 TV 앞에서도
고개를 숙이지 않는 오만함은
억울하게 죽음을 맞이하면서도 

의연했던 장수의 자세와 확연히 비교된다.

다만 염려되는 것은, 이번 문제가
예전처럼 두루뭉술하게 넘어가거나
다른 이슈로 묻혀 버린다면
더 큰 혼란스러움은 예상된다.

보통 사람들은 하루가 힘든 이 시기에
나라를 이끌어 가는 사람들만이라도
목이 잘리기 직전에도
자신의 억울함보다는
나라와 국민의 안위를 먼저 생각하는
장수의 모습을 보고 깨달았으면 좋겠다.

백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