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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잡문

배움은 나의 교만을 겸손으로 바꾸어 준다

by 백대현 2015. 7. 16.

 

 

 

(기말 후기)
배움은 나의 교만을 겸손으로 바꾸어 준다

 



   지인이, “대단해! 그 나이에 공부를 하고, 머리에 들어가기나 해? 난 금방 말한 것도 돌아서면 까먹는데…….”

마음속으로, ‘내 나이가 어때서요? 사실 나도 당신과 똑 같아…….’

“죽을 때까지 공부해야 됩니다. 우리나라도 조만간 노령화시대로 접어들고 아니 들어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지식기반사회가 도래하고 단순하고 형식화된 사고에서 사람들 각자 가진 창의적이고 다양한 생각이나 경험 등이 필요하며 현재 학교교육의 부정적 요소와 앞으로는 민주적인 교육이 공존해서 더욱 발전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그거야 그렇지…….”

또 속으로, ‘내가 말한 게 이번에 배웠던 평생교육 등장의 배경이 되는 개략적인 내용입니다. 흠흠…….’

***

시험을 본다는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사람의 마음을 긴장시킨다. 알 수 없는 자신감으로 가득 찼던 나도 시험 앞에선 별 수 없는 것 같다. 시험 직전 시험지를 들고 기도를 해도 그 마음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첫 시간이 「글쓰기」라서 시작은 조금이나마 편하게 할 수 있었다. 물론 직업상 삼십 여 년 동안 글과 사투를 벌였지만 편하게 쓰는 것과 시험을 치르는 것은 다르다는 것을 기출문제를 통해 깨달았었다.
얼마 전, 13년과 14년 기말문제를 풀어보니 쉽게 중간이상 점수가 나왔다. 그래서 글쓰기는 시험대비에서 맨 뒤로 밀렸다.
「사회복지개론」은 장난삼아 기출을 풀었다가 뒤통수를 제대로 맞았다. 전체적인 내용이 쉬운 것 같았는데 문제의 답을 찾는 것은 무척 어려웠다. 평소 겪어보지 못했던 이론이라 그런 것 같다.
「평생교육론」과 「교육의이해」는 전반적으로 난이도가 높은 것 같지 않았다. 그렇다고 높은 점수가 예상된다는 말이 아니다. 공부한 양과 질에 비하면 무난히 과락은 넘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이번에 가장 힘들었던 것은 「세계의역사」와 「생애발달과교육」이다. 역사는 평소에 글쓰기만큼이나 좋아하는 분야이고 보통 사람들과 수다 중에 침을 흘리면서도 목소리를 높이는 과목인데 막연하게 아는 것과 정확하게 알아서 체크해야 하는 것은 하늘과 땅이었다. 교만함을 겸손함으로 바꾸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과목이기도 하다.
생애 또한 기출문제를 풀 때 사회복지보다도 점수가 낮았다. 만회하기 위해 나름대로는 대들었는데 점수가 어찌 나올지 궁금할 따름이다.

***

얼마 전, 선생님과 식사 중에 ‘본대 시험문제 난이도는 좀 쉬운 편인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듣기에 따라 건방진 말로 들리겠지만 그 뜻은, 시간이 허락되는 사람들은 조금만 열심히 해도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겠다.는 말이었다.
그 말의 본심은, 공부만을 위해 하루 24시간을 다 쓸 수 없는 나만의 아쉬움을 표현한 것이다. 모든 사람이 하루를 똑같은 24시간을 살지만 하루의 반을 사무실 겸 가게에서 움직이고 주일은 교회에 있고 3이나 4순위에 해당하는 공부는 틈틈이 생기는 공백시간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나로선 처음부터 높은 점수를 기대하는 것은 욕심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지난날도 그런 이유로 실패를 거듭했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 번 만큼은 그 당시와 약간 달라진 내 마음이다.

***

시험장은 20~30개의 책걸상이 준비되어 있었다. 그 인원만큼 시험에 응시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삼분의 일 의자는 주인이 없었다. 출석을 부르는데 아는 이름들의 이름이 계속 나왔지만 그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대답하지 않았다. 시험 전, 두어 개의 교실을 살짝 쳐다봤었는데 거기도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면 많은 인원이 이번 기말에 응시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그들은 예전의 나처럼 각양각색의 이유로 공부를 포기했다거나 다음으로 미룬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참으로 나는 오지랖도 넓다. 자기 공부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남 걱정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들이 있어야 나도 긴 세월을 해나갈 수 있다는 마음엔 변함이 없다. ‘이렇게 하나 둘, 주저앉으면 나도 마찬가지 모양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바람처럼 스쳐 지나갔다.

***

몇 명의 학우들은 참으로 열심히 한다. 그들에게 “전교 1등은 다 앞에 앉아 있네!”라고 농담 삼아 던졌다. 다행히 그 말에 분위기를 편하게 하려는 과대의 마음을 눈치 채고 받아 준 학우도 있었지만 생각보다는 집중력이 놀라웠다. 현재 1학년을 공부로 리드하고 있는 저들이 앞으로도 포기하지 않고 더욱 열심히 앞서 나가 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저들 뿐 아니라 사람들이 열심히 공부하는 이유가 과연 뭘까 궁금했다. 교회에서 학생들에게,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학교 진학하고 졸업해서 대기업 취직해서 좋은 연분 만나 잘 먹고 잘살려고 공부하는 것은 미안하지만 공부가 아니고 먹고 살기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 공부하는 진정한 이유를 그런데서 찾으면 공부가 얼마나 나를 힘들게 하겠니?”라고 말해 주었었다.
과연 어린 학생들이 아닌 대부분이 성인인 우리 학교 학우들은 어떤 목적과 목표를 가지고 있는지 얼핏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

무슨 이유로 공부를 하던 공부를 한다는 것은 인간으로서 당연한 것으로 알고 있었고 1학기 여러 교과서 이론을 통해서도 확신할 수 있었다.
나는 이번 기말시험에서 받게 될 점수가 높으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겠지만 설령 점수가 못 미치더라도 공부하는 즐거움은 버리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본대를 매개로 만나게 된 선생님과 선배님들과 동년 학우들과의 인연도 공부와 함께 이어갈 것이고 이 글을 통해 감사도 전하는 바이다.
내게 금번 학기는 ‘배움은 나의 교만을 겸손으로 바꾸어 준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좋은 시간이었다.

감사합니다.

백대현.

 

※음악, 이미지 퍼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