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단상잡문

선(善)과 의(義)를 행하면

by 백대현 2015. 7. 22.

선(善)과 의(義)를 행하면

 

 

 

3년을 거래했던 술집 젊은 사장이

일금 육십 사만원이란 미수금을

반년 이상을 끌더니 기여코

내게 주지 않고 어디론가 날라 버렸다.

 

물론 나중에 그가 마음이 바뀌어

내게 돌려준다면 지금 나의 글은

소리없이 취소할 것이다.

 

내가 하고 있는 장사는

작은 매출 금액을 의외로 자주

날리는 편이다.

 

워낙 작은 금액이라서 안면이 있다거나

몇 번의 거래가 있었으면 전화상으로

계약이 이루어지기에 상대가 마음만 먹으면

나는 허공을 쳐다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거의 십여 년을 겪은 일이라

큰 충격이 와서 실망이나 회의를 느끼는 것은 아니지만

그 젊은 사장이 평소 내게 했던 모든 말을 생각하면

가슴 한 쪽이 불편해 진다.

 

그를 생각하다가

선(善)과 의(義)를 행하면

낙심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뜻이 내포된 

성경 구절이 생각이 났다.

 

워낙 내게 믿음을 주었던 사람이기에

그가 뭔 말을 해도 믿었던 내 자신이

어쩌면 그 낙심 속에 있는 지도 모르겠다.

 

허나 내가 더 안타까운 것은,

선과 의를 행하다 보면 비록 낙심이 오지만

후엔 반드시 축복이 온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듯

악을 행하면 그 또한 반드시 준엄한 심판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남에게 이런 저런 시험과 낙담과 절망을

크든 작든 주는 자인 그 젊은 사장도 그 때를

기다려야 하는 입장을 생각하면...

 

물론 나 자신도 여태 살면서 그와 같은 입장에

처했던 경우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기에 그에게 모든 화살을 돌릴 수 없지만

그가 운영했던 가게에서 나오는 폐기물이

트럭에 실리는 장면을 보고 마음 한 쪽이 시린 것은

그만의 일이 아니고 힘없고 백없는 사람들의 모습 중

하나를 보는 거 같아 더욱 씁쓸하다.

 

그래선지 오늘 최고의 공직을 그런(?) 일로

사퇴한 그의 얼굴을 보면서 

겨우 육십 사만원으로 거리가 생긴 그와 내가

가엾고 불쌍할 따름이다.

 

2009. 7. 15. 수. 백대현.

 

'단상잡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건 충격이야  (0) 2015.07.22
저 장대비를 통해 전달되었으면   (0) 2015.07.22
내게 온 머피의 법칙  (0) 2015.07.22
하나밖에 없는 아들  (0) 2015.07.22
다른 건 몰라도  (0) 2015.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