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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잡문

내게도 온다네

by 백대현 2015. 7. 16.

 

내게도 온다네

 

 

 

오늘도 어김없이 새벽녘에 눈이 떠졌다. 몸은 피곤한데도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눈꺼풀이 열리게 된 것이 정확히 언제부턴지 알 수는 없다. 텔레비전 알람을 맞추어 놓았던 이유는, 제때 일어나지 못해서 제대로 일어나기 위함이었는데, 이젠 필요가 없어 질 지도 모르겠다. 하필 오늘 신문에 중년 여성들의 폐경기에 관한 기사(중앙11.4)가 한 면을 온통 채운 것이 눈에 띄었다.

 

내용을 읽어보니, 내가 여자가 아닌 남자일 뿐이지 일어나는 심리적 증상은 어쩌면 같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아마 이 글을 A가 보면 화를 낼 거 같다. 그는 엊그제 마라톤을 완주했고 다음엔 철인 3종을 하기 위해 준비할 거라는 자신감으로 살고 있는데 같은 나이에 누구는 갱년기 이야기를 화제로 삼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A는 이해와 동조를 하리라 믿는다. 지금 내가 하는 이야기가 비록 자신과는 조금은 동떨어진 면이 있을 수 있지만 곧 우리에게 다가올 현실이라는 것을. 그 현실을 좀 더 나은 방향과 목표를 가지고 이겨내면서 나은 삶으로 진행시키고자 한다는 것을 말이다.

 

이 또한 A가 들으면 웃을 얘기다. 나는 담배를 피우지 않고 술도 주량을 말하기가 어색할 정도고 군 생활이나 직장 생활 땐 별명이 FM이라 할 정도로 규칙적인 생활을 했다. 그래선 지 나이에 비해 젊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허나 얼마 전 교회 체육대회에서 축구를 하였는데 겨우 몇 분 만에 헐떡거리는 나를 보았다.

 

젊게 보인다는 것과 젊다는 것의 극명한 차이. 나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같은 나이에도 건강을 챙기는 법에 따라 상대적인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절대적인 나이는 숨길 수 없음을 또 한 번 느끼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새벽녘에 이불 속에서는 많은 생각이 스쳐갔다. 특히 몇 달이 되어 가는 모임에서의 시간.

어젠 처음으로 B에게 전화를 했다. 갑자기 얘기하다가 나가게 되어서 미안한 것도 있었지만 그녀의 노고를 칭찬하고 싶은 이유가 더욱 컸다. 잘 따라 주지도 않는 회원들을 연결하고 모으고자 하는 맘이 참 기특하다. 집에서 살림만 하기에도 바쁠 텐데 이리저리 뛰는...그래선 지 그녀의 모습은 아름답다.

 

위에서 말한 A는 같은 남자로서 부러운 면이 많은 친구다. 마라톤이나 철인 3종 경기를 할 수 있는 건강한 면도 부럽지만 말 한마디 한마디에 친구의 건강을 염려한다. 글래디에이터에서의 모습 그대로다. A를 자칭하는 것을 보니 의리도 누구 못지않을 것 같다.

 

C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는 적극적인 면이 있는 친구다. 말투를 보면 얌전한 여고생 분위기지만 실제 음성은 청량했다. 애들을 끼고 다니는 것 보니 늦은 나이에 봐 선지 무척 사랑스럽나 보다. 아무튼 전체 분위기를 보면 성격이 나와 닮은 면이 있는 것 같다.

 

D와는 아직 한 번도 얘기를 해보지 않았다. 그래선 지 무척 궁금하다. 처음에 모임에 들어왔을 땐가 살짝 직업을 본 거 같은데 광고, 출판계가 아닌가 싶다. 잘못 봤을 수도 있어 함부로 말하기는 매우 어렵네.

 

E는 아주 솔직하고 담백한 여인네로 보인다. 어쩌면 그녀의 직선적인 성격으로 인해 조만간 나와 논쟁을 벌일 여인네로 보인다. 그녀는 입술로 솔직하고 나는 글로서 솔직하니 일어날게 뻔 하지 뭐. 기회가 된다면 그녀가 가끔 마신다는 가시오가피주를 앞에 두고 결투를 벌일 것이다.

 

F에겐 내가 매우 미안하게 생각하는 것이 하나 있다. 이번 기회에 다시 한 번 사과하고 싶다. 원래 야인으로 있다 보면 세상물정에 좀 어두워진단다. 친구들은 다들 알련지 모르겠다. 그 칭키스칸인가 하는 노래 나오면서 중간 중간 나오는 여자의 신음소리. 그런 노래는 틀지 말라고 했다가 기분 나빠하는 F가 보였다. 내 개인 심정으로는 앞으로도 안 틀었으면 한다. 어쩌랴. F 말대로.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요즘 들어와 G를 본지가 꽤 오래됐다. 아마도 구리에서 여기까지의 도로가 공사 중인가 보다? 아니면 내가 싫어 우회도로로만 다니나? 얼마 전 들어온 H는 자꾸 귀엽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 모임 후배 중 하나라서 그럴 거다. 본인도 예쁘게 봐 달라고 했으니 더욱 예뻐해 주어야지.

I나 J이나 K 등은 고참이라선 지 말 붙이가 어렵다. 아직은 말년 병장이 되려면 꽤 남은 거 같은데 인사는 좀 받아 줄 것이지.

그나저나 모임 캡틴 L은 돈 버느라 바쁜 겨 그림 그리느라 바쁜 겨. 며칠 후면 모임이라는 데 멋지게 인사말을 해야 회원들이 감격해서 해외에서라도 올 거 아녀? 회원란 보니까 해외 친구도 한명 있더구먼.

 

짧은 시간동안 이어선 지 회원들을 낱낱이 알지는 못한다. 또한 몇 번 이야기를 나눈 친구도 아직 가슴속을 말하기엔 이르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초두에서 말한 점점 가까와지는 나의 작은 갱년기 증상들은 주위에 친구들이 있어서 더디게 올 것이고 어쩌면 오는 지 안 오는 지도 모르게 지나갈 수도 있다.

내가 바라는 것은 그것뿐이야.

 

백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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