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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작품

이젠 머리를 숙이세요 /백대현

by 백대현 2015. 8. 15.

 

이젠 머리를 숙이세요



래의 꿈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면
내가 이루고 싶은 것을

다 이룰 수 있을 까요?

잔업에 주일까지 쉬지 않고 일해서 번 물질은
내 통장에 그대로 쌓이게 될까요?

나와 내 가족을 위한다는 이유로

지금의 인연들을 멀리하면
내 가족과 영원히 함께 할 수 있을 까요?

내가 배우고 익힌 학문이 최고이니
다른 배움은 필요 없다고 말하고 계시나요?

삶은 무엇이고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아직도 책과 위인을 통해

그 답을 찾으려 하시나요?

또 뭐가 있을 까요?
인간이 먹고 자고 입고 외에 또 뭐가 있을 까요?

그렇지요. 의식주가 해결되었고

다른 이보다 배운 것도 많고 

화려한 스펙도 몇 개되니 
이름 석 자는 남겨야 하겠고
힘쓸 수 있는 권력이나 명예도 필요하겠네요.

다 가졌으니 내가 최고가 된 건가요?
잠깐 밖으로 나가 보실래요.

여기 저기 꽃들이 보였다가 스러지고
바람도 어느새 차가움을 담아 날고 있지요.

다 가졌다고 여겼겠지만
꽃도 바람도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도
내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시죠?

내가 가진 것이나 내가 갖지 못한 것이나

세상 만물은
다 하나님 소유랍니다.

내가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어요.
그저 님이나 저나 잠깐 안개처럼 머물다 가는
그런 하찮은 존재에 불과해요.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안개들이
무엇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하찮은 존재끼리 함께 하는 이 시간만이라도
사랑을 나눌 수 있는 궁리를 해야 해요.

님이 믿고 믿지 않고는 선택이고

무엇을 선택하든 자유지만
님은 안개이고 안개를 사라지게 하는 것은
하나님이랍니다.

이젠 머리를 숙이세요.
안개처럼 짧은 나의 생을 위해 이룬 모든 것을
그 분 앞에 내려놓고 머리를 숙이세요.

백대현. / 이미지, 음악 퍼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