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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작품

폭염 속에도 겨울로 치닫는 이 마음 /백대현

by 백대현 2015. 8. 19.

폭염 속에도 겨울로 치닫는 이 마음



뜻대로 형편대로 살다가
어떤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그 중심이 움직여지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네 표현대로 하자면,
하나님의 계획하심과 역사로
그 분에게 삶의 중심을 두려고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말입니다.

그 분의 중심을 더 많이 알기 위해
신앙생활을 배우기 위해
주위의 신앙의 선후배들에게
그들의 언어를 존중하면서
그들의 움직임을 하나씩 따라 해봤습니다.

그들은 그 분의 중심을 알기 위해선
나 자신의 중심을 뒤로 해야 한다는 요지로
저를 가르친 듯 했습니다.
그들의 말에 따라
제 중심을 욕을 먹어가며 뒤로
해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돌이켜 보니
그들은 제게 멋들어진
말만 그럴 듯하게 포장해서 했을 뿐
정작 중요할 때는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습니다.

커피 한 잔 들고 눈을 감습니다.
폭염 속에도 겨울로 치닫는 이 마음을 가지고
예전의 제 자리로 다시 돌아갈까
고민합니다.

그렇습니다.
예전의 제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주 쉽습니다.
그 분의 노하심이 두려운 건 사실이지만
그들이나 저나 변덕 있는 인간의 하나에 불과한데
저라고 그들과 뭔 차이가 있겠습니까.

제가 그들에게,
그들의 그림자가 보인다 보이지 않는 다 해서
제어 할 수 있는 힘과 자격이 있겠습니까.

아, 아닙니다.
제가 그들을 바라보았듯
지금의 저를 바라보는
또 다른 제가 저기 보입니다.
또 다른 저를 위해서라도
이제 겨우 그 분 앞에 몇 걸음 다가간 것 가지고
여기서 제 얼굴을 예전의 모습으로
바꿀 수 없습니다.

지금처럼, 커피 한 잔 마실 수 있는 시간과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저 찬양소리가 있는 한
결코 그 모습으로 돌아가긴 싫습니다.

백대현. / 이미지, 음악 퍼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