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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잡문

넘치려 하지 않는 자세

by 백대현 2016. 6. 25.

넘치려 하지 않는 자세



아는 문제를 대여섯 개 틀렸다.
일부러 틀리려 해도 틀릴 수 없는 문제였다.

모르는 문제를 틀렸으면
당연히 그러느니 넘어갈 수 있었지만
신중하지 못 했던 나 자신에게 어이가 없어선지
그날 났던 화가 아직도 가시지 않았다.

공자는, “다 배웠다고 교만을 부리는 자는
반드시 화를 당하게 되는 법이니라.”라고 말했다.

물론 위에서 말한 화(火)와 공자가 말한 화(禍)는
그 의미가 다르다.
아니다. 위의 화는 내가 나 자신에게 난 화이고
공자가 말한 화는 교만으로 인해 그 화가
내게 미친다는 말이니
다 내게 해당되므로 별 차이가 없다고도
말할 수 있겠다.

공자는,
‘조금 모자라는 것이 넘치는 것보다 낫다.’를
술병이 비어있을 때는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다가
술을 반쯤 적당히 담으면 바로 서고
또 술을 가득 부으면 엎어지는 장면에서
깨달음을 얻었다고 했다.
그는 자신도 술병을 만들어 옆에 두고
알면 알수록 겸손해야 한다는
공부하는 자들의 자세를
자신에게도 후세에게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좌우명(座右銘)의 유래다.

아는 것도 신중하고 겸손하게 행하지 않으면
내게도 타인에게도 화를 불러온다는 것을 알고
‘나는 항상 조금 모자란 사람이다.’라는
넘치려 하지 않는 자세
오늘 마시는 커피 한 잔에서
나는 그 자세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백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