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져야 할 우리의 숙제일 것
시민이 함께하는 축제가 열렸다.
시민이 주인이라고 해서
나 같이 먹고 마시면서 즐기는 사람이
대부분이었지만
내 눈은, 통일된 색의 옷을 입고
각자 맡은 바를 분주하지만 성실히 수행하는 사람들이
더 띄었다.
나는, 축제를 위해 준비하고 진행하고 있는 그들에게
먼저 마음으로 감사를 표한 뒤
뒷짐을 지고 행사장 곳곳을 구경삼아
살피기 시작했다.
천막마다 먹을거리가 푸짐하고
사람들의 웃음꽃이 만발했다.
각각의 꽃을 보면서 미소를 만끽하기도 했다.
두어 바퀴 돌다 보니
다리에 힘이 빠져서 쉬려고 그늘을 찾았다.
후줄근한 차림의 노인이
벤치에 쭈그리고 앉아 있다가 나를 보더니
담배 한 개비를 손가락 사이에 끼고
먼 곳을 응시했다.
그가 바라보는 눈동자의 방향은
파란색 하늘과 푸른색 산이 만나는
지점인 것 같았다.
왜 나는, 시끌벅적한 축제의 장에서
수많은 저들과 함께 웃음을 나누지 않고
홀로 연기를 만들고 있는 저 노인이
눈에 보이고 마음에 들어오는 것일까?
세상에는 저 노인처럼,
기쁨과 즐거움의 반대편에서
고독이나 외로움을 달래는 자들은 또 있을 것이다.
소외된 그들에게
지금 거금(?)을 들여 진행하고 있는
축제의 목적과 목표와 함께
또 다른 목적과 목표를
가져야 할 우리의 숙제일 것이다.
나는 돌아오는 길에,
‘고독과 외로움에 빠진 자들에게
희망의 불씨를 찾게 하는데
티끌만큼이나마 일조할 것‘을 다짐했다.
물론, 다짐은 나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인간 각자는 각기 살기 위해 또 다른 사람과
만나야 생존할 수 있고
각자 가진 자신의 재능을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하여야
그에 따르는 행복을 찾을 수 있다.
그것이,
더 나은 나와 너를 만들어 가면서
서로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라는
창조주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이다.
백대현.
'단상잡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철학을 알면 (0) | 2019.03.09 |
---|---|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을 것 (0) | 2018.10.11 |
각자의 지혜를 나누는 것 (0) | 2018.08.03 |
더 알고 싶어 하는 것 (0) | 2018.07.06 |
제대로 철학을 하는 것 (0) | 2018.06.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