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살 때 이야기
아들이 무서운 귀신 이야기를 해준다고 나의 허벅지 위에 앉았다.
“아빠아...깜까만 밤인데요오..비가 막 내리는 거예요...근데 아저씨가 운전을 하는 데요...갑자기 하얀 옷을 입고 머리도 기일고 입을 앙!! 하니까 피가 이렇게 나는데요...아저씨가 깜짜악 놀래서 으악!! 했어요오..음음..근데요오 아저씨가 운전을 이렇게 하니까(핸들 돌리는 자세) 귀신이 떨어졌는데요...아저시가 무서우니까 세게 가는 데요...또 귀신 아줌마가 또 으앙!!하고 오는거예요....근데 인철이하구 대혁이하구 음...지우하고 또 빈이하구 오늘 음...아옵명만 나왔는데요오...짜장면을 먹었구요 또오 밥도 먹었는데..이~~~만큼 먹어거든요? 아빠 승엽이 밥도 먹구 짜장면 먹었으니까 치킨 사주세요오? ”
“엥? 승엽아 요즘은 치킨 먹으면 안되는데..어쩌지?”
“글면 돈까스 사주면 되지?...”
“에잉? 돈까스는 엊그제 먹었잔어? 아빠 돈 없으니깐 나중에 사줄게..그러니까 귀신이야기나 계속 해봐...”
“알았어요...으음....귀신이 아저씨한테 으앙!!! 하니까 아저씨가 놀래서 막가는데 차가 꽈앙!!! 했는데요..아빠 이 차가 이름이 뭐예요?”
“이거 그랜저 엑스지잔아!!”
“아 맞다. 그럼 이건요오?”
“그거는 외국차 잔어? 글쎄 이건 모르겠는데....”
“아빤!! 이건 진주목걸이서 나오는 차잔아요.... 아빤 이런것도 몰라요오?”
“마!! 귀신이야기 하다가 차가 왜 나와!! 아빤 외국찬 몰라!! 빨랑 더 해봐!!”
“알서요...음..귀신이 있는데...음..음..근데 아빠한테 사구파알 음... 팔고옹팔오 전화했는데요 왜 전화 안 받아요? 배달갔어? 아아, 그렇구나 대부도 배달갔구나? 아빠 배달가면 거기서 카알국수 맛있지? 언제 갈거야 낼 가자 응? 네? 언제 갈거예요?!!!”
“글세 더 있어야되니까 귀신이야기나 더 해봐!!”
“귀신이요 빠알간 종이 줄가 음...노란 종이줄까 하니간 손이 으악!! 하고 나오는 건데요. 아 냄새가 나는 거예요. 방구가 나오는 건데...그런데..음....근데 아빠 우리 노래하자....엄마가 쿨하게하구 사랑했어 하구 사준다고 했어요...아빠 차 에도 있지? 노래 틀어 볼까? 아니야 아빠 컴퓨터 언제 할거야?... 안해? 그럼 야구할까?....아빠 심심해 야구하자..아빤 박찬호고 난 이승엽이잔어. 아빠아..야구 하자아!!”
“귀신이야기 다 끝나면 하자. 다 끝난거니?”
“아니요!! 알았어요. 근데..귀신이 무서워 호랑이가 으앙!!하면 무서워요..사자가 어흥 하면 더 무서워?...근데요 귀신은 여기서 왜 피나요?”
“승엽아, 야구나 하자.”
+++
이제 어엿한 대학생인 하나밖에 없는 아들은 무서운 이야기를 무척 좋아했다.
내가 해 준 두 가지 귀신 이야기를 다섯 살짜리 아들은 뒤죽박죽 내 뱉어었다.
당시 또 어떤 귀신 이야기를 해주어야 할지 고민이었는데
이제는 제대로 얼굴 보기가 힘들 정도다.
아침에 출근하려는데, 이부자리 위에서 코를 골며 뒹구는 모습을 보면서 문득 생각난 글이다.
백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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