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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모음

안녕히 가세요 님

by 백대현 2015. 7. 31.

안녕히 가세요 님

 

 

 

     기억 속에 님은

     검은 머리보다 하얀 빛깔이 더 많이 보였어요

 

     두껍고 무거운 검은 안경테 뒤에서도

     기도 중에 행복해 하는 눈동자

 

     저의 잘못된 신앙을 길고 긴 기다림으로

     묵묵히 가르쳐 주시던 입술

 

     뒷자리에 앉으셔서 피곤해 찌는 제 어깨를

     보드랍고 따뜻하게 만져 주신 손

 

     그런 따뜻한 님을

     엊그제 느낀 거 같은데

 

     이젠 제 곁에서 너무 멀리멀리

     가시었네요

 

     며칠 전,

     님의 피와 땀으로 세상에 우뚝 선보인 교회를 두고

 

     함빡 웃음 짓던 그 미소를

     홈페이지를 통해 간접으로 만나 뵙고

 

     가보지 못한 저의 게으름을 탓하면서도

     너무 기뻐 축하의 박수를 보냈건만

 

     그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뭐가 그리 급하셔서 먼 길을 재촉 하셨나요

 

     하필 이렇게 비가 내리는 날,

     우산도 없이 홀로 가시다니...

 

     하실 일을 아직도 산더미처럼 남겨 두시고

     먼저 떠나가시면

     저같은 못난이들이 어찌 처리하라고요

 

     님, 죄송해요

     좋은 모습 보여 드리지 못하고

     떠나게 내버려둔 거

 

     님, 하지만 축하드릴께요

     하나님 나라에 먼저 도착 한 것을요

 

     님, 도착하시는 데로

     저도 나중에

     그 나라에 무사히 들어 갈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저도

     그 나라에서 다시 님을 만나

     옛일을 나누며 웃을 수 있는 그런 날 위해

     오늘도 열심히 사랑하며 살께요

 

     비록 먼저 가신 님께 서운함은 있지만

     그날까지 그 섭섭함 잊고 지낼 테니

     그 때 다시 뵈요

 

     안녕히 가세요 님

     안녕히 가세요 님

 

     백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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