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아들에게도 그 길을
하나뿐인 아들이 중1이다.
내가 지금의 아들과 같은 나이일 때
내겐 초등학생 5학년과 3학년
그 밑에 또 하나의 동생이 있었다.
어느 새벽녘,
바로 밑 여동생이 잠을 자지 못하고
칭얼대며 울었다.
나는 깜짝 놀라 이불 속에서 나와
우는 동생을 달래려고 불을 켰다.
동생은 머리를 긁으면서
울기만 했다.
헌데 나는 까무러칠 뻔 했다.
동생의 머리 속에 참깨크기의
까만 이들이 득실거렸던 것이다.
얼른 참빗을 찾아 머리를 빗어주자
동생은 언제 그랬냐듯이
평안이 잠들었다.
두어 평 남짓한 방에서
세 명의 동생이 아빠, 엄마 없이 잠을 잘 때
나는 혼자 눈물로 다짐했다.
우리를 낫기만 하고 돌아가신 아버지나
몸이 아프다는 이유로 평생 병원을
들락날락거리는 어머니같은
무책임하고 무능력하고 나약한 부모는
되지 않겠다고...
사람들은 하나 뿐인 아들 앞에서
왜 더 낫지 않냐고, 나이 들어 서운하지 않겠냐고
아들이 성장하면 외롭지 않겠냐는 말로
아무 생각 없이 내게 다음 말을 기다린다.
휴일이라는 핑계로 중1 아들과
오랜만에 시간을 보내면서
당시 내가 생각했던 것을
아들도 생각하고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아들을 집에 두고
홀로 바깥으로 나왔다.
오! 주여,
이것이 무슨 징조입니까?
지금의 내 모습이 내 부모의 모습과
무엇이 다릅니까?....
그렇다. 이것이 나와 너의 문제이고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영적인
흐름이고 문제인 것이다.
그나마 이 나이에 그 흐름과 문제를
풀수 있는 답을 내게 허락하시고
어린 아들에게도 그 길을 걷게 하신
주님의 은혜에 감사할 따름이다.
글 : 백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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