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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잡문

사월이 죽어야 오월의 여왕이 빛이 난다

by 백대현 2020. 4. 30.

사월이 죽어야 오월의 여왕이 빛이 난다



사월은 가기 싫어서 

느그적거리고
오월은 시곗바늘 보며
문고리 잡고 있어

할 일 없어 열어 본 갤러리
지우지 못해 남겨 둔
빛바랜 사진 한 장
주름만이 삼십 개 늘어 있어

아들이 인사로 보내온 사진
잘 익은 탱탱한 탱자처럼
얼굴엔 광채가 나고

내 젊음을 노래해 준
짙은 녹색 군복
낡아서 바람과 함께 사라졌건만
아들 입은 군복 
키톤(kiton) 양복보다 더 멋져

사월이 발버둥 친다 한들
오월에게 자리를 내줘야 하고
이 세대가 가면 다음 세대가
이 자리에 있을 것을

사월이 죽어야
오월의 여왕이 빛이 나듯
이 세대가 솔선하여
다음 세대에게
살기 좋은 나라 남겨야지

백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