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단상잡문

사랑과 哲學(思索)

by 백대현 2015. 7. 17.

사랑과 哲學(思索)

 

 

 

 

'싫습니다

기다림만은 싫습니다

지나고 나면

사라지는 시간들인데

 

기다림에 지쳐

쓰러지면

어떡합니까

 

싫습니다

기다림만은 싫습니다

사랑에 불을

지르고 싶습니다

활활 타오르고만 싶습니다

 

외롭지 않으려고

사랑을 시작했는데

또 무엇을 위하여

기다리라는 것입니까

 

내 가슴을 활짝 열어

그대를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사랑 속에

빠저 들고만 싶습니다'

 

--용혜원님의 기다림만은

 

 

토요일 밤......

소리 없이 이슬비가 내린다.

여기저기 네온사인만이 힘들게 깜박거릴 뿐, 길가는 오가는 사람이 없어선 지 적막감(寂寞感) 마저 든다.

그런 적막함이 싫어서 아니, 어떤 기다림에 지쳐 홀로 여기저기를 기웃거린다.

 

한창때는, 갑작스럽게 고독이 엄습(掩襲)한다거나 지금처럼 어떤 기다림에 의해 가슴이 허해지면 다 외우지는 못하지만 떠오르는 시(詩)나 언더뮤직을 어설프게 불러 보기도 했다지만 지금은 나이 탓인지 그마저 처량하게 느껴져. 아니 좀 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옆에 누군가가 있어 부끄럼에 하지 못하고...

 

그래서 얼마 전 읽었던 시집을 다시 펼쳐서 위 시를 읽고 있는 것이다.

시를 읽고 나자, 그 시와 비와 현재 기분 등으로 인해 이야기 거리 하나가 떠올랐다.

 

사랑과 철학(사색)....

사랑의 하이라이트인 에로스(Eros)사랑...

나이, 환경, 권력 등 인간사에 부여할 수 있는 그 어떤 의미 중에서도 핵심이자 폭탄인 에로스 사랑...

 

먼저 누구나 흔히 알고 있을 법한 에로스의 기원을 보자.

철학자 플라톤은 자신의 글 대화편을 통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풍요의 신 폴로스(Polos)와 빈곤의 여신 페니아(Penia)가 있었다. 페니아 여신은 너무도 빈한(貧寒)하여 잠잘 집도 없고 끼니를 때우기도 힘들 정도였다. 그래서 평상시 폴로스의 풍부한 삶을 동경하던 그녀는 어느 날 신들이 잔치를 벌이고 난 후 술에 취해 잠들어 있는 폴로스의 품에 안겨 잤다. 그 결정체가 바로 사랑의 신 에로스(Eros)다..... ’

 

별 중요하지도 않은 기원(?)을 지금 말하고 있는 것은,

짧은 스토리 중에 중요한 사실이 숨겨져 있음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폴로스 신이 풍요임은 말 그대로 긍정적 범사(凡事)를 말한다. 반대로 빈곤의 여신 페니아는 좌절, 불평등 부정적 범사가 내포되어 있다.

고로 에로스는 두 가지가 모두 혼합된 결정체인 것이다.

 

아마도 지금 사랑을 하고 있다거나 사랑을 해본 사람은 금방 어떤 말을 하려는 지 눈치를 챘을 것이다. 또 앞으로 사랑을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마음의 준비로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

 

에로스 사랑은 이미 말한 대로 사랑 중에 최고의 하이라이트다. 창조주 하나님의 주신 선물 중에 가장 고귀한 것이다.

사랑을 하다보면, 수많은 기쁨을 담은 비단길이 앞에 펼쳐져 있는 듯 하지만 또 다른 편에는 책임이 동반되는 큰 아픔도 깔려져 있다. 즉 진정한 에로스 사랑이 탄생하려면 폴로스와 페니아의 속성이 적당하게 결합 되어야 한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그런데 거기에 철학(사색)이 끼워드는 이유는 또 뭔가?

 

철학을 공부한 사람은 그 어원을 잘 알 것이다.

 

철학을 영어로 하면 필로소피(Philosophy)다. 원래 그리스어로 사랑(Philos)과 지(知 Sophia)가 결합되어 Philosophia에서 유래 된데서 철학이 탄생한 것이다.

웃긴 얘기지만, 철학자를 지(知)를 사랑하는 자라고 말하기도 한단다.(이유 생략)

 

다시 말하면 사랑, 즉 에로스 사랑을 하려면 철학(여기선 그저 단순히 사색이라고 하자)을 해야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만큼 진정한 사랑을 성취하려면 사색의 요소(희로애락 등)를 거쳐야만 결정체를 얻을 수 있음을 말해 주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이야기 방향과 조금은 다르지만 꼭 한 가지 더 알아 둘 필요사항이 있다.

 

사랑을 하다보면, 하는 사람들이 서로 구속하려 한다는 말을 한다. 어쩌면 그런 구속도 에로스가 태어나기 위한 하나의 조건이다. 헌데 어설픈 사랑을 하는 자들은 구속은 싫다고 말을 한다. 물론 적당한 구속이 집착 등으로 변질되는 경우도 가끔은 있으나 아무튼 구속은 사랑의 긍정적 표현으로 받아들이는 게 좋을 것이다.

 

사랑하는 남녀가 함께 있으면서도 더 오래 같이 있고 싶고, 이런 저런 사유로 떨어져 있으면 더 그리워지고 기다리는 것(사색에 잠김을 말함)은 에로스가 탄생되기 위한 하나의 진행이다.

 

진행 중에 사랑하는 남녀가 서로 신뢰하면서도 작은 일로 다투는 것(신중한 사색이 필요함)은 에로스가 탄생되려는 시간이 가까워짐을 알리는 하나의 신호탄이다.

 

서두를 시로 시작한 것은, 시 앞부분 내용처럼 누군가를 사랑하다보면 한없이 기다리는 시간이 생긴다는 것은 진행을 알리는 예문이고

 

외롭지 않으려고 사랑을 시작했는데 또 무엇을 위하여 기다리라는 것입니까? 라는 위 시에 대한 답은 어제보다는 더 커진 사랑으로 가기 위한 길임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즉 에로스가 탄생하기 직전이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당신에게도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참고가 되길... (백대현)

 

'단상잡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백대현, 위험한 사고  (0) 2015.07.17
사랑이 무너질 때의 증상  (0) 2015.07.17
사랑하려면 용기가 필요해  (0) 2015.07.17
어느 모래 이야기 (2)  (0) 2015.07.16
어느 모래 이야기 (1)  (0) 2015.07.16